"뮤턴트도, 히어로도 아닌 인간으로서의 울버린"
⭐⭐⭐ ⭐ ☆ (4/5)
제목 : 로건 (Logan)
국가 : 미국
개봉 : 2017년
감독 : 제임스 맨골드 (James Mangold)
주연 : 휴 잭맨(Hugh Jackman), 패트릭 스튜어트(Patrick Stewart), 다프네 킨(Dafne Keen)
로건은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틀을 깬 영화입니다. 이전 엑스맨 시리즈에서 보여주던 히어로 울버린의 모습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노쇠한 로건의 삶을 보여줍니다.
로건처럼 나이 들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프로페서X와 로건 복잡한 우정, 뮤턴트인 로라를 만나고 함께하는 모습은 일견 가족을 연상하게 합니다. 영화 내내 가라앉은 톤과 현실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스토리는 마블보다 DC 영화의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울버린이 아닌 로건
이 영화에서 로건은 더 이상 히어로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여전히 죽지 않는 불사의 신체를 갖고 있지만 그 강력함은 사라지고 죽지 못해 살아남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영 늙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가 노화하고 육체의 한계에 부딪히는 장면들은 울버린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묘한 슬픔과 안쓰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로건의 이런 모습이 그를 더욱 현실적인 인물로 만듭니다. 히어로였고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어 공감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줍니다. 인간으로서의 그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유대
로건은 지난날 히어로로서 함께했던 프로페서X를 보살핍니다. 로건처럼 늙고 병들어 총명함을 잃은 프로페서X 또한 안쓰러움을 자아냅니다. 그를 보살피며 리무진 기사로 일하던 로건은 자신과 같은 뮤턴트인 로라를 만나게 됩니다.
로라는 로건처럼 손에서 클로가 나오고 상처를 회복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에덴이라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로건을 보챕니다. 둘이 함께하는 모습은 마치 아버지와 딸과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였던 울버린은 그동안 고독하지만, 강한 책임감으로 동료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로라와 프로페서X가 함께 가족과 같은 유대를 만드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로건의 내면을 비추는 영상과 음악
영상은 로건의 세계를 더 짙게 만듭니다. 황량하고 거친 풍경과 어두운 톤은 로건의 신체와 정신을 비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견 한없이 외로운 장소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외로움과 관계를 적절히 분배하여 진행됩니다.
음악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화 전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리고 특히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조니 캐시의 'Hurt'는 그 분위기와 가사로 험난했던 로건의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정말 인상적인 장면으로 만들었습니다.
히어로인 울버린이 아니라 인간인 로건의 모습을 보게 되리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를 벗어나 한층 더 깊고 넓게 캐릭터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놀라운 영화였습니다.
기존의 히어로 영화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인만큼 엑스맨 시리즈와 울버린에 애정이 있다면 한 번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