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넘어 스스로를 찾고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하러의 여정"
⭐⭐⭐⭐☆ (4/5)
제목 : 티벳에서의 7년
국가 : 독일, 영국
개봉 : 1997년
감독 : 장 자크 아노
주연 : 브래드 피트, 데이비드 티울리스
영화 줄거리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젊은 오스트리아의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브래드 피트)가 겪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하러는 등반 도중 영국 군에 체포되지만 결국은 탈출하고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하러는 라싸에 정착하며 티베트인들과 교류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문화적 차이와 언어 장벽에 부딪히지만, 어린 달라이 라마와 만나고 티베트인들의 호의를 받으면서 점차 티베트의 삶에 녹아듭니다. 하러는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정신적으로 성장합니다.
하러가 겪는 자기 변화
하러의 여정을 통해 인간의 내면적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 초반에 하러는 생존을 위해 방어적이고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타인에 대한 신뢰가 없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면 속이 터진다. 하지만 티베트에 도착하고 어린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본성은 바꿀 수 없다는 편견이 여기서 무너집니다.
하러가 처음 티베트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감과 혼란을 느낍니다. 하지만 선한 티베트인들의 호의를 받고 서로를 돕기 시작하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티벳인 특유의 평화롭고 조화로운 삶의 방식에 감명받고 자신의 삶과 내면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경험과 사건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사람은 바뀔 수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든 바뀔 수 있다는 걸 하러를 통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변할 수 없고,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태도와 의지, 변화의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지가 아닐까요.
티벳에서의 여정이 보여주는 중국과의 관계
티베트는 오랜 기간 동안 자체적인 문화와 종교를 유지해 왔지만, 1950년대 초에 중국에 의해 무력으로 편입된 이후로 많은 긴장과 갈등이 있어왔습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의 독립성을 억제하고 티베트의 언어, 문화, 종교를 제한하는 여러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정책은 티베트인들 사이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켜 여러 차례의 항의와 반항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말미에서 중국의 침공을 받아 점령당하는 모습에서 일제강점기가 연상되어 안타까웠습니다. 점령 이후 티베트와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지만, 티베트가 지닌 독특한 문화의 정체성이 침해받고 점차 사라져 갈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마치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많이 없어지거나 바뀐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 가끔 달라이 라마와 티벳에 관한 뉴스와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면 다르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평화롭게 서로를 존중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도 티베트에 가려고 하면 중국에서 허가를 따로 받아야만 입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좋았던 점 & 아쉬운 점
티베트의 산과 고원 같은 자연, 그리고 라싸에 거주하는 티베트인들의 삶과 환경을 잘 보여줍니다. 언젠가 티베트에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겠습니다.
하인리히 하러역의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다소 거북스러울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모습에서 변화를 거쳐 안정과 평화를 찾아가는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달라이 라마와 하러가 대화하는 모습, 티베트인들의 평화로운 삶의 모습을 보면서 차분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하러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듯이 영화를 보는 사람도 그렇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영화의 속도가 느립니다. 티베트의 자연과 문화, 생활상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야기의 전개가 느리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속도감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주제와 메시지를 상당히 간접적으로 전달합니다. 티베트와 중국의 관계에 대한 부분도 일부만 표현되고 있고 하러가 개인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도 조금은 단계를 뛰어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영화의 사건과 장면을 통해서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하지만 조금 더 직접적이었어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